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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공유결합 저해제와 미래

신약 개발에 있어서 공유결합 저해제의 위상과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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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AI 연구2팀 팀원
2024.08.077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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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에 있어서 공유결합 저해제의 위상과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공유결합이란? - 물, 수소, 산소, 전자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공유결합 저해제에 대한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공유결합이란, 화학에서 이야기하는 원자와 원자 혹은 분자와 분자가 서로의 전자를 공유하면서 만들어지는 결합입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보이기보다는 대부분 결과물을 통해 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결합이죠.

물을 통하여 예를 들어볼까 합니다. 물은 우리 주변에서 떼레야 뗼 수 없는 물질입니다. 물을 마시고, 요리를 하며 씻고, 우리 몸을 정결히 하며, 또 오늘날의 더운 여름날에 더위를 식히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지금 제가 말한 모든 카테고리에서 물은 고체, 액체, 그리고 기체로 일을 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변화는 우리가 보통 “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물이 얼어 고체가 되고,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는 ‘전자’를 공유하지 않는 결합에 의해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결합을 “비공유결합”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공유결합은 무엇이 있을까요? 수소와 산소의 결합이 바로 공유결합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뭐야? 간단하잖아? 그렇습니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공유결합”의 결합의 세기입니다. 우리는 앞에서 한 예시에서는 열을 올리고 내리는 것만으로는 물이 산소와 수소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물이 산소와 수소로 분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정답은 전기를 가하는 것입니다. 산소와 수소의 결합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일어나는 전자적인 결합이기 때문에, 전기를 가하면 산소와 수소로 분리가 될 수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사실로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물과 물 사이의 결합보다는 물을 만들어내는 산소와 수소의 결합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지요. 간단한 일 같지만, 이러한 강한 결합이 “선택성”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선택성”은 양날의 검입니다. 정확한 타겟을 맞춘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만약 다른 부위에 맞추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요. 비공유결합 저해제가 조금 더 넓은 범위인 결합부위를 타겟으로 한다면, 공유결합은 결합부위에서도 특정한 잔기를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공유결합은 조금 더 정밀한 타격을 하는 저격총으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공유결합 저해제의 위상과 변화(feat. 이브루티닙, 아스피린)

공유결합 저해제의 문제는 강력한 결합에 있습니다. 결합이 강한 것은 좋지만,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결합을 했을 때의 독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 공유결합 저해제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초래했고 이는 제조 및 설계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연구원들에게는 이러한 연구를 기피하는 경향이 커졌었습니다. [1] 하지만 상황은 점차 변해가고 있습니다. 공유결합 저해제에 대한 연구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불을 다루는 법에 대한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유결합 저해제라는 불을 이용하는 방법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Figure 1. 특정 워헤드 그룹에 대한 관련 문헌(학술지)의 증가 현황.[2]

시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4배가 넘는 학술지가 공유결합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약물에 대한 개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20년 블록버스터급 약물인 이브루티닙과 오시머티닙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약물들은 블록버스터란 이름에 걸맞게 2020년에만 43억 3천만 달러 (현 환율로 6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3]

여기에는 의문이 따릅니다. 도대체 왜 시각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왜 이러한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요? 왜 조금 더 쉬운 비공유결합 저해제를 둔 채, 힘들고 어려운 공유결합 저해제를 택하게 된 것일까요? 지금의 관심도는 이브루티닙(ibrutinib)의 성공에서 왔습니다.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스테디셀러인 아스피린도 공유결합 저해제이지만, 1899년에 발견된 약물인 만큼 우연이 아닐까 하던 시각이 있었습니다.[4] 하지만, 그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브루티닙이 성공했고, 이 임팩트는 가히 미국의 골드러시에서 사금의 발견에 비견할 수 있습니다. 공유결합 저해제에서 사금이 발견된 것입니다.

Figure 2. 공유결합 약물의 간략한 타임라인[5]

이브루티닙을 시작으로 비교적 최근에 FDA의 승인을 받은 암젠의 소토라십도 그러한 경향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유결합 저해제(feat. 페니실린, 아스피린)

앞선 저의 설명은 공유 결합이 무엇인지, 그리고 공유결합 저해제의 위상에 관한 소개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유결합 저해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공유결합 저해제의 구조는 표적과 공유결합 체계를 형성하는 반응 그룹 또는 “워헤드 (warhead)” 와 표적에 대한 저해제의 “선별성”을 결정하는 “유도 시스템” 으로 나뉩니다. 이번 시간에 우리는 “워헤드 (탄두)”에 조금 더 집중을 할 것입니다. “유도 시스템”은 비공유결합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만큼 공유결합 저해제의 특징만을 설명하기엔 충분치가 않기 때문이죠.

미사일로 예를 들자면, 워헤드는 타겟을 공격하는 탄두입니다. 저해제의 표적부위를 맞추어 공유결합 체계를 형성하는 부분이죠. 이러한 예시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과, 우리가 모두 잘 아시는 항염증제인 아스피린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점은, 이러한 약물들이 상용화 되고 난 이후 한참이 지나서 작용방식이 알려졌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공유결합 저해제 약물의 다수가 설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우연히 밝혀졌습니다.[7]

Figure 3. 공유결합 저해제의 특성[6]

공유결합 저해제의 장단점

공유결합 저해제는 다양한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양날의 검과 같죠.

비공유결합 저해제는 효소와의 결합 및 분리가 자유롭습니다. 반면에 공유결합 저해제는 일반적으로 표적을 대상으로 강력하고 영구적인 결합체계를 형성합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표적 단백질의 활동을 장기간 중단시켜 치료 효과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한편, 효과 또한 더 오래 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효능의 증가는 약물의 투여량 및 투여 빈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부작용과 비용을 모두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매우 강력한 결합력을 가지기 때문에 설계도 엄밀히 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한 번 붙으면 거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Kinase 등의 타겟은 대응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에서 Kinase는 돌연변이가 많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기도 쉽다는 것이지요. 이는 비공유결합 저해제의 특성에도 적용되지만 약물을 설계하는데 어려움이 공유결합 저해제 쪽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내성이 생겼을 때 상대적으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약 업계에서 hit 혹은 ligand의 발견능력을 향상시켜줄 AI에 대한 기대도 여기에서 시작했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FDA 승인된 공유결합 저해제의 특성

기술의 발전이 공유결합 저해제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의 사후 발견과는 다르게 연구원들이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공유결합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보다 큰 전환을 맞게 되었습니다.

연구원들은 보다 효율적인 공유결합 저해제를 만들기 위해 친전자체 혹은 친핵체 워헤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친전자체란 전자를 받아들이기 쉬운 물질입니다. 전자가 적기 때문에 전자를 받아들이기가 쉬운 물질이죠. 전자를 받아들이기가 쉽다면, 타겟의 잔기와 전자를 공유하기도 쉬워지게 됩니다. 친핵체의 경우는 친전자체와 반대입니다. 전자가 많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전자를 타겟의 잔기와 전자를 공유하기도 쉬워지게 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친전자체 워헤드는 표적 단백질 (타겟)의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등을 주요 목표로 설계를 진행하고, 친핵체 워헤드의 경우에는 표적 단백질 (타겟)의 라이신, 히스티딘, 시스틴 등을 주요 목표로 설계를 진행합니다.

Figure 4. FDA 승인된 약물의 특성과 워헤드 분포[9]

 

Figure 4. FDA 승인된 약물의 특성과 워헤드 분포[9]

이렇듯 다양한 워헤드를 가지고 있는 공유결합 저해제는 30가지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앞으로 승인될 약물들도 속속들이 FDA 임상절차를 밟고 있죠.

공유결합 저해제의 미래

공유결합 저해제는 더 이상 어렵기만 한 연구분야가 아닙니다. 쉬운 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죠. 그렇기에 정교한 스크리닝 플랫폼, 그리고 화합물과 단백질의 작용을 기반으로 한 AI 기법이 이러한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해당 기술들을 통하 방대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사용함에 따라 보다 정교하고 강력한 공유결합 저해제가 개발될 수 있습니다.[5] 물론 표준화된 데이터셋 구성이 어렵다거나, 데이터의 현실성 무제로 여러 가지 제약이 현재는 작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만, 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높은 AI 고도화가 진행된다면 공유결합 저해제의 개발에 있어 AI 플랫폼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문헌:

[1] J. Med. Chem. 2009, 52, 5, 1231–1246

[2] https://www.cambridgemedchemconsulting.com/resources/lead_identification/covalent.html

[3] https://www.fiercepharma.com/special-report/top-20-drugs-by-2020-sales

[4] https://cen.acs.org/pharmaceuticals/drug-discovery/Covalent-drugs-fringe-field-fashionable/98/i43

[5]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volume 21, pages881–898 (2022)

[6] Bioorganic & Medicinal Chemistry Volume 47 , 1 October 2021, 116386

[7]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73-022-00542-z

[8] https://www.fiercepharma.com/special-reports/top-20-drugs-worldwide-sales-2021

[9] A Perspective on Covalent Inhibitors: Research and Development Trends of Warheads and Targets (DOI: 10.26434/chemrxiv-2023-wf79n)